DISTRIBUTION

Extra Form
Title EGOLOG
Artist 스키니죠
Label AROUND RECORDS
Type 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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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니죠 [EGOLOG]

어떤 청춘의 단면

 

청춘이 범람한다. 사방에서, 쉴 새 없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불안한 시선만을 나누던 청춘의 무리들은 오늘 밤도 제멋대로 엉겨 붙어 서로를 위안한다. 한 편 청춘은 말라 붙었다. 푸르름을 상실했다며 한탄하는 시절이 내뱉는 한숨이 시도 때도 없이 귓가를 스친다. 이상한 일이다. 누구도 잃지 않았지만 모두가 잃어버린 청춘의 잔상이 남기고 간 흔적들이 매일 같이 쌓여만 간다. 마치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는 소문처럼 고요히 그러나 성실하게.

 

스키니죠의 [EGOLOG] 역시 그러한 퇴적층을 토양으로 자라난 앨범이다. 곡을 쓰고 노래하는 김지호, 기타의 신전승, 드럼의 이찬영 세 사람으로 결성된 밴드는 활동을 시작한 지 아직 채 2년이 되지 않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신인 밴드다. 그런 이들의 첫 앨범 [EGOLOG]는 2016년 6월 첫 싱글 ‘New phase’ 발매부터 길게는 1년 짧게는 4개월의 기간을 두고 꾸준히 디지털 싱글을 발표해 오던 이들이 처음으로 의기투합해 완성한 앨범 형태의 작업물이다.

 

각자의 학업과 병행하느라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김지호가 만드는 곡이 가지고 있는 묘한 매력은 짧지 않은 제작 기간 동안 멤버들을 이탈하지 않게 만드는 가장 단단한 구심점이었다. 실제로 앨범 전체를 감싸고 있는 나른한 우울의 기운은 내내 이 세 청춘이 무엇에 이끌려 스키니죠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소리를 내게 되었는지를 나지막이 설득한다. 어쿠스틱 기타, 베이스, 드럼을 기본으로 종종 키보드를 얹는 정도가 전부인 단출한 구성은 야망이 느껴지기 보다는 흘러가는 지금을 담아 놓기 위해 애쓰는, 무언가를 집약해 놓았다기 보다는 그저 흐르는 대로 풀어놓은 인상이 강하다. 길면 3분, 짧게는 2분을 넘지 않는 비교적 짧은 곡 길이도 그런 인상을 강하게 만드는 요소다.

 

일견 가벼운 습작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노래들은 그러나 노래를 탄생하게 한 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결코 잊는 법이 없다. ‘Offer me a devil’s tragedy’라는 첫 소절을 읊는 것만으로 곡의 전체적 심상을 단번에 전하는 첫 곡 ‘#54+#55 (Fall Down… Being Alone)’에서 내 안의 우주에서 일어나는 갖은 감정의 동요를 살피는 ‘#24 (The Earth)’,곡이 전하는 메시지에서 분위기까지 90년대 어디쯤의 얼터너티브록 전성기를 떠오르게 하는 ‘#14 (Red Lighthouse)’와 어두운 날들 문득 찾아온 한 줄기 빛을 바라보는 여린 심상을 그리는 마지막 곡이자 타이틀곡 ‘#18 (Egolog)’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가만히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 이 새로운 노래들의 시작점이 어디인지를 조금쯤 짐작해 나가게 된다.

 

스키니죠의 음악을 들으며 느껴지는 이 익숙하면서도 편안한 감정은 아마도 앨범에 담긴 찰나의 순간들이 우리가 생의 어딘가를 저릿하게 만들었던 순간들과 같은 시간대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시대 청춘의 우울은 배부른 소리일 뿐이라며 목청을 높이는 아우성의 한 편 흘러 넘치는 청춘을 애써 주워 담느라 바쁜이들의 모습 위로 차분히 노래하는 스키니죠의 모습이 겹친다. 이것이 나의 청춘이라고, 당신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어떤 청춘의 단면이라고.나도 몰래 잠시 마음이 기운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확실히 이 음반은 친절하지 않다. 뜻 모를 숫자로만 기재된 제목들과 전부 영어로 쓰인 가사, 그리고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돌연 전환되는 편곡의 흐름까지. 듣는 이에겐 다소 설명이 필요한 장치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창작자의 주관이 뚜렷이 담겨있다는 뜻이 된다. 신지수와 함께 작업한 [‘#1(Nut's poetry)’]를 비롯한 세 장의 싱글이 이에 대한 청사진이었다면 첫 번째 정규 [EGOLOG]는 보다 명확하다.

 

 

여기에 담긴 건 ‘어떤 공간’이다. 순간을 담고 있는 장소라 하기엔 복잡하고, 드넓은 우주라 표현하기엔 개인적인. 이것은 담백하고 세련된 모던 록 사운드를 통해 그려진다. ‘#20’과 ‘#24’에 붙은 부제들은 모두 우주와 관련이 있지만, 이것을 부드러운 선율과 살랑거리는 편곡으로 담아내 오히려 개인적인 감상을 불러오기에 적합하다. 반대로 ‘#51’은 일렉트릭 기타의 거친 질감과 넓은 공간감을 만드는 앰비언트 사운드를 활용해 이차원(異次元)을 소환하며 감상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러한 양가적인 외피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은 그의 목소리다. 다양한 편곡으로 다이나믹을 그려내는 각각의 노래 사이에서도 그는 무덤덤한 음색으로 일정한 진폭을 유지한다. 트랙리스트 중 가장 록 적인 요소를 부각해 생동감 있는 ‘#50’에서도, 어쿠스틱 편곡으로 보컬 멜로디에 집중하는 ‘#14’에서도 그는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뿐이다. 이 휘둘리지 않는 태도는 마무리를 장식하는 ‘#18’의 몽환적인 드림 팝 사운드와 맞물려 빛을 발한다.

 

 

우직함, 혹은 묵묵함. 이것은 이 결과물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단어들일 수 있다. 전부 직접 작사/작곡했다는 점과 높은 완성도를 가진 앨범 구성에서 그가 쏟은 정성의 흔적들이 발견된다. 그는 자신에게도 관대하지 않다. 철저히 스스로를 담금질한 후에 세상에 내보였다는 게 여실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강민정